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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갈피 못 잡는 소방행정에 건축 현장 ‘몸살’
작성자 관리자 조회수 2564회
작성일 2015-04-27 첨부파일  
5년 전 건축물 피트공간에 스프링클러 설비를 설치하도록 강제한 소방행정이 또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수년간 법규 손질 없이 지침만으로 운영해 탓에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국민안전처는 현장 소방기술자들이 피트공간 스프링클러 헤드의 대체 소화장치에 대한 기술적 내용을 묻는 질의에 “피트공간에는 소화기구가 아닌 소화설비를 설치해야 한다”고 회신했다.

5년 전 국민안전처의 전신인 소방방재청은 일명 피트층, 피트실(피트공간)로 불리는 건축물 특정 공간이 일정 규모가 넘어가거나 완전 구획되지 않을 경우 스프링클러 헤드를 설치해야 한다는 행정지침을 강행한 바 있다.

2010년 10월 부산 우신골든스위트 화재와 2011년 4월 강남 P빌딩에서 발생한 화재에서 건축물 피트공간의 소화설비 사각지대 문제가 드러나면서 내려진 조치였다.

사실 피트공간은 수십년간 스프링클러 헤드를 적용하지 않았던 장소다. 당시 소방방재청은 그동안 이 피트공간에 스프링클러 헤드를 제외해 온 것은 잘못됐다며 건축물 내 피트공간에는 스프링클러 헤드를 설치해야 한다는 지침을 내렸다.

그 당시 많은 소방기술인들은 “명확한 법규 손질 없이 지침만으로 지금까지의 법규 해석을 바꾼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소방방재청은 이 지침을 강행했고 건축 현장에서는 EPS나 TPS 등 전기 또는 통신 시설이 들어가는 피트공간에 스프링클러 설치를 꺼려하는 곳들이 속출했다. 오작동에 따른 수손피해를 우려하는 곳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소방방재청은 현장 애로를 감안하겠다며 해당 공간에 가스나 분말, 고체에어로졸 등 물이 아닌 다른 소화약제를 사용하는 소화장치를 설치할 경우 스프링클러 헤드 설치를 제외해 주겠다는 추가 지침을 하달했다.

이 지침으로 건축물 피트공간에 스프링클러 헤드 보다 오히려 가스나 분말, 고체에어로졸 등 자동소화장치를 적용하는 곳들이 급격하게 늘었다. 최근까지 유통된 자동소화장치만 해도 9만 여 개가 넘어설 정도다. 공사비를 제외한 제품 값은 최소 37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지금도 여전히 피트공간에는 이러한 대체 자동소화장치들이 설치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최근들어 갑자기 국민안전처의 업무 담당자가 지금까지 허용해 온 대체 소화장치가 아니라 소화설비를 설치해야 한다는 해석을 내렸다. 이 같은 내용의 질의회신 결과가 급속도로 전파되면서 논란을 낳고 있다. 일관성을 잃은 소방행정에 대한 비난도 거세다.

소방시설 감리업무를 수행하는 한 관계자는 “과거 지침을 변경하려면 다른 지침을 내리던지 법에서 명확한 규정을 만들어야 할 일인데 질의회신으로 각기 다르게 해석하면서 논란을 만드는 행정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행정에 일관성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최초에도 일방적인 지침을 내리고선 담당자가 바뀔 때 마다 일관성 잃은 정책이 펼쳐지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과연 누가 소방제도를 신뢰하고 따라 가겠냐”고 말했다.

또 다른 현장 기술자도 “국민안전처가 비정상적으로 만들어 놓은 지침이 이제는 담당자 말 한 마디로 범법자가 되고, 누구를 죽이고 누구를 살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소방 예방업무를 담당하는 소방공무원들조차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일선에서 예방업무를 담당하는 한 지역 소방공무원은 “애초부터 지침으로 이런 중대한 사안을 운영했던 것이 잘못”이라며 “지침으로 규정화를 시켰다면 당연히 후속 조치로 법규까지 명확히 손질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대체 소화장치를 생산하는 제조사들도 당혹스럽긴 마찬가지다. 제조업계의 한 관계자는 “본인(소방방재청)들이 만들어 놓은 지침 때문에 산업에 큰 변화가 생겼고 수많은 업체들이 투자를 한 것이 사실”이라며 “최근에는 해당 제품의 형식승인 기준이 변경됐는데 갑자기 상반된 해석이 나와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번과 같은 해석 논란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지난 2013년에도 소방방재청 담당자의 말 한마디로 세종시 일대 공사 현장이 대체 소화장치에 대한 적법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또 지역 소방관서 마다 대체 소화장치에 대해 다르게 해석하는 등 지속적인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반복되는 논란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규를 명확하게 정비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해석 논란과 관련해 국민안전처 소방제도과 담당자는 2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질의를 개인적으로 한 것 같은데 답변을 새로 온 분이 답변한 것”이라며 “추가로 개인적인 생각을 넣은 것 같다. 좀 잘못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장기간 지침으로 운영되면서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명확한 기준은 분명히 지침에 있다”면서도 "현재 이 문제에 대해서는 논의와 검토를 거치겠다“고 말했다.

22일 소방제도과 화재안전기준 담당 계장도 “실무자들과 논의를 해 보고 필요에 따라 전문가 회의를 해서라도 관련 규정 개정이 필요하다면 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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