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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소방안전공단 설립, 서둘러서 될 일 아니다
작성자 관리자 조회수 1127회
작성일 2015-03-24 첨부파일  
소방안전공단 설립을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지난해 12월 관련법 발의 이후 며칠전 국회에서 열린 공단 설립 공청회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관련 기관과 단체, 업계, 학계 등 소방분야 관계자들이 대부분이었다.

공청회 참석자들은 공단 필요성에 대해서는 크게 공감하면서도 하나같이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관련 기관이나 단체는 기존 업무 영역의 중복을 걱정했고 소방시설관리 업계는 혹여나 민간 소방점검 시장에 공단이 편승할까 두려운 기색이 역력했다.

전문가들 또한 각 기관이나 단체와 이렇다 할 협의 없이 기존 안전협회의 겉포장만을 바꾸는 방식으로 추진되는 공단화 법안에 우려감을 표출했다.

많은 이들이 소방 예방 분야의 체계화와 발전을 위해선 타 분야와 같이 중심적 역할을 수행할 공기관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문제는 설립 과정에서 분야 내부에서조차 확실한 협의나 타협이 없었다는 점이다.

국민을 위하고, 분야 발전을 위한 조직이라면 관련인들이 걱정하거나 반대할 필요는 없다. 우려가 나온다는 사실은 반대하는 이들이 그 내용을 잘 모르거나, 알고 보니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방증한다. 그만큼 공론화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이번 공단화 법안 뒤에는 한국소방안전협회와 국민안전처가 있다. 안전협회는 장기간 협회라는 틀 내에서 범국민적인 홍보와 교육 업무 등을 전담해 왔다. 정부로부터 업무를 위탁받아 운영하면서도 어찌보면 비정상적인 사단법인 형태로 회비를 받으면서 조직을 운영해 왔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니 기왕 조직 틀을 바꾸는 김에 공단화로 눈을 높일 법도 하다.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 입장에선 앞으로 늘어날 소방안전 교육의 수요가 골칫거리다. 현재 소방조직으로 감당하기는 어려워 점차 전문화된 교육기관에 업무를 맡겨 나갈 수밖에 없다. 현재 소방관서가 도맡고 있는 다중이용업소 관계자의 소방안전교육도 조만간 전문기관으로 이양할 모양새다.

건축물 소방시설의 조사와 평가도 법적 근거는 있지만 시행조차 못하는 등 여전히 풀기 힘든 숙제로 남아 있고 소방공무원 중심으로 운영되는 소방시설 예방관련 법규도 문제로 지적된다.

조직 특성상 불가피한 순환 보직과 전문성 부재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이를 위한 전문 기관 설립이 필요하다는 게 분야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공단의 설립은 이 수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단초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소수의 사람이나 일방적인 방향만으로 해결할 일은 결코 아니다. 기존 소방안전협회라는 조직을 단순히 공단화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현존하는 많은 조직의 기능을 발전시킨다는 구체적인 계획 아래 융합된 조직으로 만들어야만 가능하다.

지금까지 공단화가 되지 않아 소방안전관리자의 교육이 지탄을 받은 것도 아니다. 마치 조직이 없어서, 조직이 있어야 가능할 것이라는 단순한 발상과 논리도 분명히 문제가 있다.

이번 공단화 추진 과정은 현 박근혜 정부가 강조하는 ‘협업과 소통’도 눈 씻고 찾아보기 힘들다. 법안을 발의한 김태원 의원 본인조차 공청회 인사말에서 "각 단체나 협회, 조합 등과의 논의를 거치지 못했다"며 사전 소통이 없었음을 인정했을 정도다.

공단을 설립해 분야를 발전시키고 국가화재안전기준 등 소방관련 규제를 개방적인 체제로 운영하는 방향을 바라지 않는 사람들은 없다. 그러나 이를 위해선 현재 분산되거나 결핍된 수많은 기관과 단체의 업무를 제대로 집약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충분한 고민이 필요한 이유다.

소방안전협회는 법안 준비와 공청회 준비까지 대부분의 업무를 도맡았다. 협회 관계자도 올바른 공단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타 기관과의 융합이 필요하다고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우선 공단을 만들어 놓고 타 기관과의 합병을 검토하는 것을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한다.

공단의 설립 전부터 타 기관들과 협의를 하면 될 일도 안될 수 있다는 발상이다. 과연 큰 틀의 발전을 고려하고 있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말이다.

분야에서는 여러 기관이 합병할 경우 소위 말하는 소방조직의 ‘낙하산’ 자리가 줄어들 수 있고 인사와 기획ㆍ조정 등 상호 조직 간의 업무 상충으로 인한 조직 축소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에 조직 융합의 검토를 배제하는 것 아니냐는 극단적인 시각까지 나온다.

공단과 같은 중차대한 대표기관의 설립은 반드시 '효율성과 실효성'이라는 목적이 밑바탕에 깔려야 한다. 조직의 이기주의를 앞세우거나 자리 축소를 우려할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소방안전공단은 소방안전을 위한 교육과 홍보는 물론 기술과 소방용품 등 분야의 예방체계를 도맡는 대표적인 기관으로 설립돼야 한다. 그렇기에 지금부터라도 더욱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고민해야 하고 더욱 발전적인 틀로 다시 그려져야 한다.

그래야 ‘선진국 수준의 예방소방서비스 제공’이라는 본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지금처럼 급하게 서두른다고 될 일이 아니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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